
2024년, MIKTA 감사원장회의를 준비할 때의 일이다.
멕시코,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튀르키예, 호주. 다섯 나라의 감사원장이 한자리에 모이는 첫 회의였다. 우리는 그 첫 장면을 맡고 있었다.
첫 회의에는 전례가 없다. 참고할 회의록도, 물려받을 매뉴얼도 없다. 좌석의 순서 하나, 국기의 배열 하나까지 처음부터 정해야 했다.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설레기도 했다. 누군가 만들어 둔 자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첫 자리를 우리 손으로 그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실행계획서는 여러 차례 수정 끝에 완성되었다. 의전도 끝났고, 동선도 정리되었고, 차량도 배정되었다.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이 제자리를 찾은 상태였다.
다섯 나라 중 한 곳의 감사원장은 휠체어를 이용했다.
그래서 준비할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우리는 그가 도착하는 순간부터 회의장을 떠나는 순간까지의 동선을 다시 그렸다.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차량을 수배했다. 입구의 턱을 확인했고, 이동 경로에 걸리는 것이 없는지 몇 번이고 다시 살폈다. 가장 오래 붙들고 있었던 것은 무대였다.
발언대에 오르려면 단을 올라야 했다. 그래서 슬로프가 필요했다. 경사의 각도를 정하고, 휠체어가 멈출 위치를 계산하고, 표면의 마감을 골랐다. 너무 가파르면 위험했고, 너무 완만하면 무대를 가렸다. 한 사람이 오를 짧은 길 하나를 위해 우리는 며칠을 보냈다.
그리고 행사 36시간 전.
그 감사원장이 참석하지 못한다는 연락이 왔다.
이미 발권된 항공권은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수배해 둔 차량도 필요 없어졌다. 우리는 슬로프 제작을 중단하라는 전화를 걸었다. 도면 위에서만 존재하던 그 길은 한 번도 만들어지지 못했다.
준비는 완벽했다.
참석자만 오지 않았다.
회의는 다섯 개의 의자가 아니라 네 개의 의자로 시작되었다. 다섯이어야 할 자리가 넷이 된 채로, 첫 회의가 열렸다.
논의는 진행되었다. 합의도 만들어졌다. 행사는 별 탈 없이 끝났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내 기억에 남는 것은 회의장이 아니었다. 한 번도 놓이지 못한 슬로프였다.
가끔 그 경사로를 생각한다. 세상에 존재한 적 없는 길. 도면 위에서만 몇 번이고 수정되다가, 전화 한 통으로 사라진 길.
행사를 오래 하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는 대부분 알게 된다. 정작 어려운 것은 그 다음이다. 우리가 아무리 정성껏 준비해도 끝내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아무리 기다려도 비어 있는 자리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준비한다.
오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도.
올지 안 올지 모르는 한 사람을 위해 경사의 각도를 재고, 도면을 고치고, 동선을 다시 그린다.
그 길이 끝내 비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마 그것이 이 일의 절반일 것이다.
끝내 오지 않은 사람을 위해 길을 만드는 일.
오는 사람을 맞이하는 일은 그 다음이다.
2024년, MIKTA 감사원장회의를 준비할 때의 일이다.
멕시코,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튀르키예, 호주. 다섯 나라의 감사원장이 한자리에 모이는 첫 회의였다. 우리는 그 첫 장면을 맡고 있었다.
첫 회의에는 전례가 없다. 참고할 회의록도, 물려받을 매뉴얼도 없다. 좌석의 순서 하나, 국기의 배열 하나까지 처음부터 정해야 했다.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설레기도 했다. 누군가 만들어 둔 자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첫 자리를 우리 손으로 그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실행계획서는 여러 차례 수정 끝에 완성되었다. 의전도 끝났고, 동선도 정리되었고, 차량도 배정되었다.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이 제자리를 찾은 상태였다.
다섯 나라 중 한 곳의 감사원장은 휠체어를 이용했다.
그래서 준비할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우리는 그가 도착하는 순간부터 회의장을 떠나는 순간까지의 동선을 다시 그렸다.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차량을 수배했다. 입구의 턱을 확인했고, 이동 경로에 걸리는 것이 없는지 몇 번이고 다시 살폈다. 가장 오래 붙들고 있었던 것은 무대였다.
발언대에 오르려면 단을 올라야 했다. 그래서 슬로프가 필요했다. 경사의 각도를 정하고, 휠체어가 멈출 위치를 계산하고, 표면의 마감을 골랐다. 너무 가파르면 위험했고, 너무 완만하면 무대를 가렸다. 한 사람이 오를 짧은 길 하나를 위해 우리는 며칠을 보냈다.
그리고 행사 36시간 전.
그 감사원장이 참석하지 못한다는 연락이 왔다.
이미 발권된 항공권은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수배해 둔 차량도 필요 없어졌다. 우리는 슬로프 제작을 중단하라는 전화를 걸었다. 도면 위에서만 존재하던 그 길은 한 번도 만들어지지 못했다.
준비는 완벽했다.
참석자만 오지 않았다.
회의는 다섯 개의 의자가 아니라 네 개의 의자로 시작되었다. 다섯이어야 할 자리가 넷이 된 채로, 첫 회의가 열렸다.
논의는 진행되었다. 합의도 만들어졌다. 행사는 별 탈 없이 끝났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내 기억에 남는 것은 회의장이 아니었다. 한 번도 놓이지 못한 슬로프였다.
가끔 그 경사로를 생각한다. 세상에 존재한 적 없는 길. 도면 위에서만 몇 번이고 수정되다가, 전화 한 통으로 사라진 길.
행사를 오래 하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는 대부분 알게 된다. 정작 어려운 것은 그 다음이다. 우리가 아무리 정성껏 준비해도 끝내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아무리 기다려도 비어 있는 자리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준비한다.
오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도.
올지 안 올지 모르는 한 사람을 위해 경사의 각도를 재고, 도면을 고치고, 동선을 다시 그린다.
그 길이 끝내 비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마 그것이 이 일의 절반일 것이다.
끝내 오지 않은 사람을 위해 길을 만드는 일.
오는 사람을 맞이하는 일은 그 다음이다.